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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언어의 힘과 통찰력의 중견...‘야전사령관’ 전남지사로 변신할까?
정치 입문 10년째인 신문기자 출신 이 정치인은 명료한 언어 구사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왔다. 느지막이 올라선 정치무대에서 대변인 직책을 다섯 번 지낸 사실은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웅변이 아니면서 웅변보다 더 힘이 센 그의 언어, ‘사실의 힘’에 대한 확신이 그 힘의 원천일 터다. 뚝심과 유머감각이 얹어져 빛난다.
기자로서 체득한, 말이나 글이 쉽고 짧아야 대중과 통(通)한다는 그의 생각은 단순하지만 예사롭지 않다. 주먹 펴면 장미꽃 화사하고, 다시 펴면 새가 파닥거리는 마술사의 공력마냥 오래고 험난한 단련의 결과가 그런 언어를 낸다. 그는 기자 일을 소명(召命)처럼 열심히 지었던 ‘쟁이’였다. 그의 단문(短文)은 이런 관록을 보듬는다.
좀처럼 그는 “아니오.”라 하지 않는다. 해야 할 때도 부러 “그렇지요. 그런데...”라고 한다. 그의 ‘정치어법’이다. 연출 방식은 부드럽되, 말의 내용은 단호하다. 남의 말을 잘 듣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달변으로 소문난 ‘이낙연표 언어’의 비결이다.
이런 이력이 ‘야전사령관’으로의 변신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결심한 바는 아니지만, 전라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위원장으로 일하며 얻은 통찰력으로 ‘농업 중심지’인 전남의 미래상을 새롭게 그려볼 수 있었다는 것. 또 농업의 가치 또는 파괴력에 관해 ‘여러 분’들과 견해가 다른 점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라고 말했다.
대화에서 강한 어조(語調)로 ‘정말로’라는 말을 거듭하는 대목은 그가 강조하고 싶거나 절실하다 여기는 부분이다. 가령 자유무역협정이나 수도권 규제 철폐에 관한 얘기에서 그는 ‘정말로’를 6~7번 되뇌기도 했다. 개헌(改憲) 주제에서도 그랬다. 이 말은 그의 관심사, 고민을 읽을 수 있는 힌트겠다.
그는 낭만파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를 적절히 인용하는가 하면, 정태춘의 ‘촛불’과 양희은의 ‘한계령’을 ‘18번’으로 제시한다. 문학적인 기질이 풍부했다고 기억하는 이들도 꽤 있다. <에디터 강상헌>
[이낙연 의원과의 대담] “국민의 뜻을 모아 꽃 같은 이름을 붙입니다. 정치지요.”
전남 함평군 영광군 장성군의 3선 민주당 이낙연 의원(57세)은 정치를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에 비유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는 대목이 은유적으로 설명하듯, 정치수요자이며 세상의 주인인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가지런하게 갈래 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정치의 본디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언론인으로서 배웠던 정치를 현장에서 익혀온 그가 말하는 ‘정치’는 어떤 것일까.
-강상헌 여의도통신 편집위원: 정치기자의 일과 정치인의 일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낙연 민주당 의원: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자와 정치인의 일은 비슷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자 일은 날마다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인데 비해 정치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판단을 유보하고 협상과 같은 과정으로 문제를 숙성케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점이 다르지요. 노동 강도(强度)로는 기자일이 힘들겠지만, 정치의 과정에 드는 품은 그 큰 영향력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강상헌 위원: 최근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이 의원님이 위원장인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당론’이 아닌 위원회 구성원들의 연구와 토론만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위원장의 정치력’이 크게 작용한 것입니까?
▲이낙연 의원: 천만의 말씀입니다. 위원회 구성원들과 정부 농협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지요. 다만 저는 여야 지도부를 찾아 위원회가 처리할 수 있도록 당론으로 끼어들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청했습니다.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 10년째 정치활동을 하면서 드물게 ‘정치다운 정치’를 맛봤다는 생각도 했지요. 스트레스요, 왜 없었겠어요?
-강상헌 위원: 상을 많이 받는 의원으로 꼽히지요? 공약(메니페스토)을 잘 지켰다, 국정감사를 성실하게 했다는 등의 칭찬인데 말하자면 국민(유권자)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은데 대한 보상인 셈이지요?
▲이낙연 의원: 상 받으면 좋지요. 보람도 느끼고요. 한편 내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억하고 내 행동을 톺아보고 계시는 국민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 약속은 생명과도 같은 귀중하고 무거운 것입니다. 오래 전 가볍게 던진 말을 어떤 이는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무섭기까지도 하고요. 못 지킬 약속을 하지 않는 것, 이를 분별하는 것도 정치의 한 갈래일 터입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으로 상을 받았다는 얘기는 그 일 조차 안하는 의원도 있다는 것으로 들리기도 하네요.
요즘 소통(疏通)이나 영어단어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말과 생각이 얽히지 않고 서로 잘 통해야 한다는 뜻의 표현이겠다. 나의 ‘가나다’가 다른 이에게도 같은 ‘가나다’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번 대변인을 맡았을 때 그의 언어구사는 ‘소통 원활’의 표본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의 표적이었다. 비결(秘訣)이 무엇일까?
-강상헌 위원: 대화도 그대로 적으면 손 볼 데 없는 문장이 될 정도로 논리적이군요. 모호한 부분이 없어서 인터뷰하는 기자도 편합니다. 특별히 이 부분에 신경을 쓰시나요?
▲이낙연 의원: 많은 분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지요. 정치도 그렇지만 언론도 두 말할 것 없고요. 모두가 알아듣도록 말을 해야지요. 신문기사 쓰고 다듬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꼼꼼하게 챙깁니다. ‘더 쉽고 짧게’를 염두에 두면 됩니다. 여기 보세요. ‘한우의 출하를 1년 앞둔 시점부터’라는 말, ‘한우 출하 1년 전부터’로 고칩시다.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이란 제목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농협법 개정’으로 고치고요. 어떻습니까? 뜻이 망가졌나요? 품위가 떨어졌나요?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그는 ‘친정’인 언론과 언론인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현한 문건을 내고, 농업 부문에 관한 활발한 보도를 당부하여 최근 화제가 됐다. 언론계 농업계 등에서도 우려하는 바 크지만, 정말 우리 언론에서 제대로 된 농업 기사나 평론을 찾기 어렵다. 또 ‘내로라’ 할 전문기자 또한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렇게 농업계의 ‘소리’를 모우는 장치가 없으니 농업의 소외는 더 심해진다. 그는 ‘나라의 존망’이 걱정되는 사안으로 이를 해석했다.
-강상헌 위원: 농업 없이 설 수 있는 나라가 없는 것처럼, 농업을 지켜보고 이와 관련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전개할 언론인이 아쉬운 점을 서한의 형태로 발표하셨지요?
▲이낙연 의원: 주요 언론의 농업 관련 기사와 전문기자의 존재 등을 일본과 비교하면 비참합니다. 우리보다 농업의 비중이 작은 일본의 농업 언론이 활발한 것과 비교되지요. 언론사들이 농업기사를 필요로 하는 독자가 많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외국의 경우를 살피시도록 권합니다. 그들은 ‘소비자 친화형’ 농업기사를 재미있게 씁니다. 농업 기사라고 하여 농민과 농업 관련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좋은 접근방법이 아니지요. 농촌과 도시의 유대를 튼실하게 합니다. 부럽습니다.
-강상헌 위원: ‘소비자 친화형’ 농업기사라는 말의 뜻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이낙연 의원: 좋은 식품을 가리는 안목을 키워주는 글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그 식품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줄 수 있습니다. 도시의 소비자는 향수(鄕愁)와도 같은 농촌만이 가진 귀한 어메니티(amenity)를 동경하게 됩니다.
농업 농촌 농민의 3농이 모두 어렵다고 한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나라가 ‘농(農)’의 귀함을 잊으니, 대다수 국민들도 큰 본디[大本]라는 그 뜻을 잃었다. 그는 국회의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대표다. 또 농업지역 출신 국회의원이다.
-강상헌 위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뭐다 해서 농촌의 시름은 더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낙연 의원: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위원회의 논의사항이 아닙니다. 우리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지요. 혹 농업 부문의 이런 입장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이 점을 한 번만 생각하신다면 논점이 명확해 질 겁니다. 즉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농축산업 종사자들)의 양해가 있었는지요? 나라 잘 살기 위해 선생님 집 망한다면 양해하시겠습니까?
-강상헌 위원: 농업이 발달하지 않은 선진국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농업이 설 땅이 좁아집니다. 사양산업이라고 합니다. 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농업이 활발한데 우리는 이 모양일까요?
▲이낙연 의원: 농업은 그 자체의 특성 때문에 나라와 전 국민이 그 존립(存立)을 부추겨야 하는 산업입니다. 충분하고 안전한 식량(食糧) 생산기지로서의 농업이 망가지면 국민의 목숨이 농업선진 외국에 좌지우지되는 것입니다. 값이 폭등하고, 폭동이 일어나는 외국의 상황을 보셨잖습니까? 왜 이런 미래를 읽지 못하는 것인지, 참 황당합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어렵지만 농업인들께서는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고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이 의원이 들려주는 일본의 사례 하나. 최근 일본의 금융계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농축산업과 식품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큰 점을 주목하고, 농장과 기업 등을 대출대상으로 삼기 위한 연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첨단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는 비즈니스로부터 도시민의 정서와 식품안전 심리를 충족시키는 전통농업에까지 여러 형태가 이런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이 농업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상헌 위원: 헌법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다고요?
▲이낙연 의원: 나라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좋은 나라가 되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가 손에 곧 잡힐 것 같습니다. 단지 정치(형태)가 이런 저력의 전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은 저만의 걱정이 아닌 듯합니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라는 연구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아 많은 분들의 슬기를 모우는 중이지요. 경제난 때문에 동력(動力)이 좀 떨어져서 걱정입니다만.
-강상헌 위원: 개헌 즉 정부형태의 변경에 관한 관심이겠지요?
▲이낙연 의원: 그렇습니다. 현행 대통령제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뿐만 아니라 미움과 갈등까지 집중되도록 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생기는 비효율과 낭비를 없애는 것이 우선의 목표지요. 그런데 차기 대선주자들이 이 부분에 개입하려는 의도의 발언을 하는 것이 요즘 걱정입니다. 당사자들은 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야 당당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겠지요. 또 정당도 당론을 내지 말고 전문가들의 판단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신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정치인이 된 이상 자신이 속한 정당의 얼굴 또는 얼굴과도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그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진심인가?
-강상헌 위원: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역할모델로 삼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어떤 점을 따르고 싶은지요?
▲이낙연 의원: DJ는 공부합니다. 정책에 철학과 일관성이 있습니다. 정치를 포함한 모든 일을 감동적일 만큼 열심히 합니다. 기자에게도 손자에게도 뭔가를 얘기할 때면 그 열의가 불덩이지요. 이런 그의 특장은 열심히 배우고 싶고, 배우는 척이라도 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거대한 권력에의 의지만큼은 흉내조차 낼 수 없군요. 탓이 될 수도 있겠지만, 큰 정치를 위한 전제 아닌가요? <에디터 강상헌>
국회의사당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실(503호)에는 4장의 풍경 사진이 걸려 있다. 방문객의 시선을 제일 먼저 붙잡는 이 큼직한 사진들에는 풍경의 지명(地名)도 붙어 있다. 경북 울진 후포항, 전남 장성 축령산, 강원 횡성 한우, 충남 서산 간척지…. 이낙연 의원이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직접 골랐다는 이 사진에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정치적 배려’가 담겨 있다.
“분야, 지역, 정당까지 고려해서 골랐죠. 우선 4장의 사진은 각각 농업(서산 간척지), 임업(장성 축령산), 수산업(울진 후포항), 축산업(횡성 한우) 등 상임위 관련 분야를 상징합니다. 사진을 선택하면서 영남(울진), 호남(장성), 충청(서산), 강원(횡성) 등 지역과 한나라당(횡성, 울진), 민주당(장성), 자유선진당(서산) 등 소속위원 정당이 가능하면 골고루 안배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고 보니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접시에도 다른 의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과자나 사탕 같은 ‘공산품’이 아니라 홍삼 등으로 만든 ‘농산품’이 담겨 있다. 인터뷰 도중 이 의원이 구체적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서 취재수첩을 꺼내들었다. 동아일보 동경특파원 출신인 이 의원은 30년째 버릇처럼 취재수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행사장에서 연설을 하거나 회의장에서 발언을 해야 할 때는 보좌진이 써주는 원고 대신 내 생각을 직접 취재수첩에 적은 뒤 뜯어서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고 갈 때가 많죠. 그래서 용수철이 있는 취재수첩이 편리하고 좋아요. 4개의 내 바지 주머니에는 수첩을 비롯해 지갑, 핸드폰, 손수건이 항상 들어가 있는데, 수첩은 내 하반신의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여의도통신 정지환 편집국장>
* 학력사항
광주제일고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경력사항
동아일보 동경특파원, 정치부차장, 논설위원, 국제부장 / 민주당 남북특위 간사 / 민주당 정책위원회 제1정책조정위원장 / 민주당 기획조정위원장 / 민주당 대변인 / 대통령당선자 대변인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당 부대표 / 중도통합민주당 최고위원 /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 / 현 민주당 3선 국회의원(16대, 17대, 18대) /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역균형발전연구모임>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 /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겸 간사장 / 수도권규제철폐반대 국회의원비상모임 공동대표 / 지역균형발전협의체 회장(국회 측)
* 저서
<80년대 정치현장>(1989년) /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2003년) / <어머니의 추억>(2007년)
◈ 가바 성분 강화 유기농 발아현미 ◈ 맛난 멧돼지고기와 쓸개 [가이드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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